2020년 2월 20일 목요일

첫눈이 태어난 날ᆢ

‘첫눈은 추억이다’ ‘첫눈은 순수다’ ‘첫눈은 약속이다’ ‘첫눈은 설렘이다’ ‘첫눈은 데이트다’…. 조금만 비틀어보자. ‘첫눈에 반했다’의 ‘첫눈’이 될 수도 있고, ‘처음 나온 새싹’의 그 ‘첫눈’일 수도 있다. 세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감안하면 첫눈 네모놀이는 하루 밤을 다 지새도 쉽게 그치지 않을 듯싶다. 그만큼 첫눈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는 또한 첫눈이라는 단어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사실과도 호환된다.

그 기막힌 단어를 회사명이면서 브랜드명으로 사용한 사람이 있다. 장병규 첫눈 대표다.





그러나 첫눈만큼 오묘한 느낌의 단어가 또 없을 리 만무하다. 그런 단어를 찾아내 회사명이나 브랜드명으로 사용할 생각을 해본 사람이 왜 없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이 같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영문 주소(www.1noon.com)와 한글 브랜드가 전혀 연결이 안 된다. 해외에 진출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국내용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첫눈이 단어 자체로 좋기는 하다만 도대체 검색과 무슨 상관이냐 등 반론이 많았다”고 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첫눈’을 고수한 건 단순히 ‘첫눈’이 상기율이 높다는 이유 하나에서였다.

“네오위즈에서 피망을 전개하면서 피망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무려 100억원을 쓰는 걸 봤습니다. 신생 벤처기업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면, 돈 안 들이고도 쉽게 알릴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야겠다, 그걸 위해서 다른 모든 걸 포기하자 생각했습니다.

포기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장 사장 도전은 1년 만에 성공으로 귀결됐다. ‘도대체 이 시점에 웬 검색’이냐는 주위의 편견에 힘겨워하며 시작한 창업이 꼭 1년 1개월 만에 ‘매각 대금 350억원’이라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29일, NHN이 첫눈의 지분 100%를 무려 350억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한 덕분이다.

첫눈의 성공적인 매각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장병규 사장은 네오위즈 공동창업자이자 2대 주주다.(지분율:11.23%, 7월 7일 기준 평가총액:679억원) 나성균 대표가 CEO를 맡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동안, 장 사장은 CTO로서기술을 챙긴 탓에 덜 알려졌을 따름이다. 둘 다 KAIST 석사 출신인 나 대표와 장 사장이 처음 만난 곳은 그러나 KAIST가 아니다. 학번도 다르고, 학부 대학이 달랐을 뿐더러(나 대표 서울대 경영학과, 장 사장 KAIST 전산학과), 대학원도 전공이 달랐기 때문에(나 대표 경영학 전공, 장 사장 전산학 전공) 학교 안에서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 둘이 만난 건 ‘웹KR’이라는 외부 모임에서였다. ‘웹을 자발적으로 알리는 사람들의 모임’쯤으로 통용됐던 ‘웹KR’에서 알게 된 둘은 ‘벤처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뜻이 같다는 이유 만으로의기투합해 ‘네오위즈’를 설립했다. 97년 일이다.

■네오위즈 2대주주■

8명으로 시작한 네오위즈 첫 아이템은 ‘라이브캐스트’라는 일종의 인터넷 맞춤 뉴스 서비스였다. 그러나 당시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자체가 쉽지 않던 시절. 먼저 인터넷 접속을 손쉽게 해야겠단 판단 아래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그 결과 97년 12월 세계 최초의 인터넷자동 접속 프로그램 ‘원클릭’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이 때부터 시작된 승승장구는 채팅사이트 ‘쎄이클럽’ 대성공과 함께 절정을 맞는다.

호사다마였을까. 채팅사이트 폐해가 널리 퍼지면서 대표 사이트인 ‘쎄이클럽’ 이름은 늘 따라다녔고, 설상가상 나 대표와 장 사장의 병역비리(두 사람이 병역특례 연구원 신분으로 각각 회사 대표와 임원을 맡고 있었던 게 문제가 된 사건) 소식이 알려지면서 네오위즈는 깊은 수렁 속으로 잠기고 만다. 나란히 군대에 다녀온 두 사람이 복귀하면서 네오위즈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 하나가 ‘피망’을 통한 게임 사업 진출. 피망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 게임 업체로의 변신에 가속화를 낼 즈음, 당시 인터넷사업본부장이던 장 사장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당시 네오위즈는 게임 이외의 여타 사업부들을 분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검색도 마찬가지였다. 장 사장은 이상하게도 검색만큼은 그대로 내보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검색은 모든 개발자들의 꿈입니다. 컴퓨터를 공부하면서 배웠던 모든 내용들을 다 접목시켜볼 수 있는 게 바로 검색이거든요. 게다가 쎄이클럽을 하면서 하도 고생했던 사회적 지탄과도 거리가 멀고요. 어차피 게임도 잘 모르는데 게임회사로 변신할 네오위즈에 계속 남아있어 봤자 크게 도움될 일도 없겠다 싶고… 그냥 제가 검색을 갖고 나가자 결심했습니다.”

다들 말렸다.

이미 NHN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거였다.

“처음엔 혼자 들떠서 ‘검색 지금도 절대 늦지 않았다, 반드시 성공한다’ 떠들고 다녔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더라고요. 몇 개월 지나면서는 ‘기나긴 인생에서 실패 좀 하면 또 어떠냐, 실패한다고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또 그런 게 벤처 아니냐’라는 얘기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그 땐 고민 좀 되더라고요. 잘못 갖고 나온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1년여. 27명이던 직원은 61명으로 늘어났다. ‘스노우랭크(웹문서가 중복된 정도를 바탕으로 검색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라는 첫눈만의 검색 기술을 만들어낸 후, 기존 검색업체에 대적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기술력 있는 검색엔진업체라는 이름도얻었다.

그리고 6월 29일. 첫눈은 갑작스레 뉴스의 중심부로 떠올랐다. 올 초 더 큰 도약을 위해 타 업체에 매각하거나, 전략적제휴를 맺는 게 필요하겠다는 판단 아래 수많은 업체들과 물밑접촉을 계속 해온 결과, 드디어 NHN이 350억원에 첫눈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게 스토리 핵심이다. 아직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인 시범서비스 상태에서 이뤄진 매각이라 더 화제가 됐다.

첫눈이 처음 세상에 나타났을 때 지분의 90%는 장 사장, 10%는 네오위즈가 보유하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단순계산으로 1년 만에 315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되지 않나? 장 사장은 이 같은 계산법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일단 첫눈에 들인 투자비만도 50억원이 된다고 했다. 이 5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네오위즈 지분 중 일정량을 2만원대에 팔았다. 현재 8만원대인 네오위즈 주가를 감안해볼 때, 지분을 팔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해도 200억원 이상은 됐을 거란 설명. 그렇다 해도 100억원 가량 차이가 나지 않나? 장 사장은 이또한 사실이 아니라 했다.

수많은 인재를 데려오면서, 또 직원들 보너스 용으로 자신의 지분 중 상당수를 나눠줬다는 것. 현재 장 사장을 제외한 60명 첫눈 전 직원이 지분을 갖고 있단다. 그 결과 90%이던 장 사장 지분율은 현재 50%대로 낮아졌다. 낮아진 지분율에 근거해계산해보면, 차액 100억원 가량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가 된다. 결국 장 사장은 첫눈으로 인해 거둬들인 실질적인 수익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대차대조표는 제로. 그렇다고 아주 얻은 게 없는 건 아니다. ‘두 번째는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편견을 깨고 보란 듯이 성공을 일궈냈으니, 사실 돈보다 이게 더 진정한 성과인지도 모르겠다. 첫눈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NHN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진출도 꿈꿀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검색에서는 철저하게 국내용’이란 지적을 받아온 NHN은 첫눈을 앞세워 전세계 검색 시장을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NHN에 합병되긴 했지만, 나름대로 첫눈의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는 포인트인 셈이다.



이와 관련, 장 사장은 “힘들게 데려온 인재들에게 첫눈에 있을 때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해줬다는 게 제일 기쁘다”고 전했다.

분당 NHN 사옥으로 이사가자마자 NHN 검색부서로 편입될 예정. 그러나 NHN 안에서 첫눈 대표라는 타이틀을 계속 달고 첫눈 서비스를 진두지휘하게 될 거라는 장 사장 다음 도전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회사 개요】

·회사명:첫눈

·설립일:2005년 5월 31일(2004년 7월 네오위즈 검색사업팀에서 시작, 분사)

·대표이사:장병규

·서비스:검색 전문 서비스 ‘첫눈’

·직원수:61명

·홈페이지:www.1noon.com

[김소연 기자]

<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 2006년  당시 기사  펌




댓글 없음:

댓글 쓰기